안녕하세요. 최근 인코자바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몇개 구입했습니다. 이걸로 5번째 메이드 인 인니 글러브네요.
후기시작합니다.

-모델명 : EPG 102WT-SS
-특징 : 오카야마 가죽, 투피스 철판웹. 투수치고는 작은 11.5인치

1. 구입
다들 글러브쪽에도 이상형이 있을겁니다. 제게는 이놈이 항상 그려왔던 이상형이었습니다.
한 공구카페에서 처음 발견했지요. 뽀얀 가죽, 작은 사이즈, 클래식한 투피스웹, 등급도 최고등급에 저렴한 가격까지.
당시 구매를 망설이다가 금방 품절되어버려 끙끙 앓고만 있었는데요. 구세주는 세계인의 시장 이마켓에 있었습니다.
제 계정에는 셀러가 딱 한명 등록되어있는데요. 이분은 가끔씩 이스턴 제품을 아주 저렴하게 내놓습니다.
정보를 보아하니 조그마한 야구용품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한참을 잠복근무서고 있었는데 새로고침을 딱 하는 순간 새로운 물건이 뙇!!!! 제 이상형이 뙇!!!!!
허겁지겁 지르려는데 아.. 페이팔 비밀번호를 까먹었어요. 비번찾기했더니 해당이멜계정으로 보내준대요.
근데 이멜계정 비밀번호도 까먹었어요...
이거 찾느라 그날 밤을 하얗게 지새웠습니다. 물론 못찾았죠. 다음날도 하루종일 비밀번호를 찾기위해 메일을 주고받다가
페이팔을 포기하고, 근처 은행에서 해외결제가능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용감하게 긁어버렸습니다. 먹튀하면..어쩔 수 없죠.
며칠간 아무 소식이 없어 불안하던 차에 결제승인이 났고, 오랜 시일이 걸려 제게로 왔습니다.
잡설이 너무 길었네요.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ㅠㅠ

2. 감격의 박스샷
해외배송이라 그런지 포장은 참 꼼꼼하게 잘했네요. 에어백으로 구겨지지 않게 잡아주고, 양키스러운 종이로 덮어놨습니다.

3. 충격
이게뭔가요... 아주 깊게 패인 주름이...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해외구매의 단점이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나네요.
전 판매자와 씨름할 의지도 없고 인내심도 없어요.. 그냥 쓰기로 해요.
주름의 방향을 봐서 딴엔 나름 각을 잡으려고 한게 아닌가 싶네요. 양키들이란.. 정말 무식하게 꺾어놨습니다.

4. 멘붕회복후
그래도.. 네.. 이쁩니다 !!
IKJ에서 왜 투피스를 판매하지 않는지 묻는 질문글을 봤었는데, 판매가 부진하다는 이사님의 답변 ㅠㅠ
클래식 투피스웹 이쁘지 않나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아주 익숙한 각인이죠? 프로 스티어하이드라는데, 몇몇 후기를 찾아보고 댓글을 뒤져본 결과 킵이라는 정보를 얻었네요.
EPG에 쓰인 가죽은 세토사의 가죽이라고 들었는데 제품설명엔 오카야마 가죽을 사용했다고 표기되어있더군요.
세토사 가죽을 사용하기 이전 제품인가요? 이스턴의 로고를 봐서는 꽤 최근생산제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Made in Indonesia.

이렇게 핑거커버에도 무너지지 말라고 신경을 써줍니다. 이런 분들이 왜 저렇게 깊은 주름을 만들어놨을까요 -.,-

5. 출격준비
주름쪽으로만 접히는걸 막아보려고 힌지쪽으로 잔주름을 자꾸자꾸 만들어줍니다. 사실 엄지쪽에도 깊은 주름이 있어요.
똑같이 접어줍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길을 들여줍니다. 만지작 만지작.
웹과 팜의 가죽이 얇다보니 굉장히 빨리 부드러워집니다.

6. 1회 사용기
이놈을 받고 계속 비가 내려 속이 타들어가던 중, 잠깐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운동장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미용실 언니가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듯 비가 내립니다. 실사할 제품이지만 전 개시할때부터 비를 맞게 할 정도로
대범한 남자는 아니에요ㅎㅎ...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가 다시 나갑니다.
아직 길이 다 안들었다보니 글러브가 잘 안벌어져서 공을 볼집으로 받는 빈도가 높진 않았어요. 볼집으로 받았을 땐 음...
뻑 뻑 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할까요? 사실 팜 가죽이 얇아 쨕 쨕 하는 소리가 날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달랐어요.
제가 좋아하는 포구음이 아니라서 사알짝 실망을 한 부분도 있네요. 이건 개취니까요 ^,^
아 그리고 가죽이 얇다보니 공을 신경써서 받아야 해요. 제가 글럽을 사고 길을 들일땐 투수들의 피칭을 많이 받는 방법을
사용하거든요. 이날도 후배의 도움을 받다가 지옥을 경험했어요. 뜨거운 냄비를 잡을때 쓰는 장갑으로 공을 받으면 이정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까요?ㅎㅎ 그래도 전 얇은게 좋아요. 가볍기도 가볍고 펑고받을땐 두꺼운건 꺼려져요.
펑고도 받아봤는데 아직 벌어지는게 잘 안되다보니 불편한 감이 있기도 하고 한칸반~두칸으로 항상 써오다가 패턴이
 한칸정도로 길들여지다 보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별 무리는 없었어요.

7. 몇가지 불만들
제일 큰건 팜부분 주름이지만 이건 유통회사 잘못이니 넘어가도록 해요. (끈피도 너무너무 건조했어요 ㅠㅠ)
처음에 길들일 때 입수부를 열었는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사진과 같이 외피와 내피의 구멍이 따로 놀고 있더군요. 이것 역시 플레이엔 아무 지장이 없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 제품은 1등급입니다. 정가는 200달러로 알고있어요. 이스턴과 같은 메이저 업체의 최고등급 제품이라면 이런 부분까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등급 제품에도 만족하지 못하면 대체 어느 제품에서 만족을 얻어야 할까요?

다음은 사용시에 문제를 느꼈던 부분입니다. 사진은 새끼손가락 부분이에요. 다른부분은 싱글인데 이부분만 듀얼웰팅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새끼 손가락을 끼우면 위쪽의 웰트부분 아래에 위치하게 됩니다. 처음 넣었을땐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빠른 공을 받다 보니 통증이 생겨 공을 받질 못하겠더군요. 결국 쓰던 글러브로 바꿔와서 받았습니다.
집에 와서 이런식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늘려주고는 있습니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지는 모르겠어요.
나중에 쓰다 보면 늘어나서 괜찮아질 부분이긴 해요.

마지막으로, 끈피부분입니다. 테네시 끈피는 참 만족스러워요. 이 제품을 써본 덕분에 이번에 끊어진 글럽의 대체 끈피를 테네시 끈피로 결정했으니까요. 오늘 받아볼 듯 하네요. 다만 웹 위쪽과 손가락을 연결하는 끈피가 너무 짧습니다. 어느정도 여유가 있어 손가락쪽을 좀 조절할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정말 겨우겨우 마무리가 되는 길이네요. 사실 이런 부분은 이스턴의 요구도 있을테고 인코자바 공장의 속사정을 알 수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소비자의 푸념은 일단 지르고 보는겁니다. 흐흐


8. 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녀석은 제 이상형입니다 ^,^ 보고있으면 너무 기분이 좋네요.
이제 손때를 묻혀줘서 내꺼라는 티가 나게 되면 더 정이 가겠지요.
사실 이 제품을 구입할 땐 다른 회사의 제품도 경험해 보자 라는 취지도 있었어요. 이때까지 써본 (경식용)글러브들이 하나빼고 모두 인코자바 생산 제품이었거든요. 그런데 뒤늦게 이녀석도 인코자바 생산제품이라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묘하네요.
저와는 인연인가 봅니다. 이제품을 구입한 후에도 특가제품을 구입했으니까요. 조만간 가족샷도 올려야겠네요^,^ (집나간 외야가아쉽네요..)

잠깐 삼천포로 빠져서,
제가 본 IKJ는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어느정도 있는 편입니다. 최근 인기 글러브들을 보면 전통적인 색상의 글러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IKJ카페 게시판에도 이러한 요구가 종종 보여요. 내년 출시될 제품에 어느정도 반영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이참에 장기적으로 클래식한 글러브 라인을 주력으로 하여 정착을 시키는건 어떨까 합니다.
로고나 디자인적인 요소는 거의 굳어진 것 같고, 사용자도 점차 늘고있는데 유행을 따라가는 것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성장통은 있겠지만, IKJ와 같은 회사라면 소비자들도 결국은 진가를 알아줄 거라 봅니다.
유행을 타는 제품들이 시간이 지나 이월상품이 되면 소비자들은 촌스럽다고 생각하여 지갑을 열지 않지만, 기본적인 아이템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소비자들이 찾게 마련입니다. IKJ의 목표가 남녀노소 편하게 사용하는 글러브라고 알고 있는데, 제가 말씀드린 컨셉과 IKJ의 목표가 모두 담겨있는 기업의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몇년 전부터 참 많이 보이는 쇼핑백이죠? 바로 유니클로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그에 비해 괜찮은 품질, 그리고 아주 기본적인 아이템을 위주로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는데요.
IKJ가 글러브계의 유니클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많은 숙제가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네요.

잡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됐지?^,^;; 이만 줄이고 식사하러 가야겠네요. 다들 식사 맛있게 하세요 !!